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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구조 상담

재개발·재건축 입안제도, 요청과 제안부터 구분해야 한다

입안요청과 입안제안은 동의율이나 제출서류 차이로 나뉘는 같은 절차가 아니라 적용대상과 역할이 다른 제도다. 두 제도와 정비계획 입안 자체를 구분하고, 인천시의 이른바 구청장 직접 입안 동의 및 민간 의존 구조를 행정의 역할과 법적 근거 측면에서 점검한다.

Aug 20, 2026

■ 입안요청과 입안제안은 서로 다른 제도다

재개발·재건축 정비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는 주민이 정비계획의 입안을 요청하는 제도와 제안하는 제도가 있다. 두 제도 모두 주민이 정비계획 입안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그러나 입안요청과 입안제안은 같은 제도를 동의율이나 제출서류의 차이에 따라 나눈 것이 아니다. 법이 각각 별도로 규정한 만큼 그 성격과 적용대상부터 구분해서 봐야 한다.

입안요청은 주민이 행정에 정비계획을 입안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특히 법은 단계별 정비사업 추진계획상 입안시기가 지난 경우와 기본계획에서 정비예정구역과 단계별 정비사업 추진계획 자체를 생략한 경우까지 구분해 입안요청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입안요청이 별도의 적용대상과 역할을 가진 제도라는 점을 보여준다.

입안제안은 성격이 다르다. 주민이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행정에 그 계획의 입안을 제안하는 제도다. 실제 제안 과정에서는 정비계획도서와 계획설명서 등 보다 구체적인 자료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주민이 준비해야 하는 내용과 행정이 검토해야 하는 방식도 입안요청과 같다고 볼 수 없다.

동의 역시 이러한 차이에 따라 이해해야 한다. 입안요청에 필요한 동의는 요청을 위한 것이고, 입안제안에 필요한 동의는 제안을 위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몇 퍼센트가 동의했느냐가 아니라 먼저 어떤 제도가 적용되는지를 판단하는 일이다.

■ 요청과 제안은 정비계획 입안 그 자체가 아니다

입안요청과 입안제안은 정비계획의 입안 자체와도 구별해야 한다. 주민이 입안을 요청했다고 해서 주민이 정비계획을 입안하는 것은 아니며, 정비계획안을 만들어 입안제안을 했다고 해서 주민이 입안권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입안요청은 주민이 행정에 입안을 요청하는 행위이고, 입안제안은 주민이 행정에 입안을 제안하는 행위다. 이를 검토해 공적인 정비계획으로 입안하는 것은 법이 정한 입안권자의 역할이다.

따라서 입안요청을 받아도, 입안제안을 받아도 정비계획을 입안하는 주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주민의 요청이나 제안 없이 행정이 정비의 필요성을 판단해 입안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달라지는 것은 입안권자가 아니라 입안에 이르는 계기와 경로다.

입안요청과 입안제안은 주민이 입안권자에게 접근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다. 이를 정비계획 입안과 같은 차원의 개념으로 놓고 서로 다른 정비계획 수립방식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

■ 요청과 제안은 서로 대체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

그렇다면 행정은 먼저 해당 사안이 어느 제도의 적용대상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다음 해당 제도가 요구하는 동의와 자료, 절차를 적용하는 것이 순서다.

현행 법은 입안요청에서 단계별 정비사업 추진계획상 입안시기가 지난 경우와 기본계획에서 정비예정구역·단계별 추진계획을 생략한 경우를 구분해 규정하고 있다. 반면 입안제안은 별도의 적용사유를 두고 있다.

법이 입안요청과 입안제안을 따로 두었다면 먼저 어떤 경우에 요청을 하고, 어떤 경우에 제안을 할 수 있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입안요청의 대상으로 정한 경우까지 입안제안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두 제도를 굳이 나누어 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요청과 제안을 필요에 따라 바꿔 적용할 수 있다면 두 제도를 구분한 의미도 사라진다.

이는 단순한 명칭의 문제가 아니다. 입안요청으로 처리할 사안을 입안제안 방식으로 추진한다면 주민이 준비해야 할 계획과 자료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주민에게 어디까지 계획을 요구할 것인지, 행정이 어디서부터 판단하고 책임질 것인지도 달라진다.

제도의 적용대상을 구별하는 것이 먼저이고, 동의와 절차는 그 판단을 따라야 한다.

■ 제도의 혼동은 또 다른 동의와 민간 의존으로 이어진다

인천시는 2026년 「2030 인천광역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변경을 통해 이른바 ‘구청장 직접 입안 시 주민 동의율 요건’을 기존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입안요청을 받아도 구청장이 입안하고 입안제안을 받아도 구청장이 입안한다. 그렇다면 주민의 요청이나 제안 없이 시작하는 경우만 따로 ‘구청장 직접 입안’으로 분류하고 별도의 주민동의를 요구하는 구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입안요청의 동의는 요청을 위한 것이고 입안제안의 동의는 제안을 위한 것이다. 반면 주민의 요청이나 제안 없이 입안권자가 정비계획을 입안하면서 요구하는 주민동의는 무엇을 위한 동의인지 그 성격이 명확해야 한다. 기본계획에 기준이 있다는 사실과 기본계획에서 그러한 동의요건을 정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3분의 2냐 2분의 1이냐가 아니다. 왜 이러한 동의가 정비계획 입안에 필요한지, 어떤 근거에서 주민에게 요구되는지 행정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의 혼동은 민간 의존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입안요청 단계부터 주민에게 입안제안에 가까운 수준의 계획과 검토자료를 요구하거나, 주민이 더 많은 계획을 만들어 와야만 행정의 검토가 시작되는 구조라면 주민은 전문용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비업체를 비롯해 도시계획, 건축, 경관 등 여러 분야의 용역이 초기부터 결합하고 이러한 방식이 반복되면 고정된 협업관계와 폐쇄적인 이해관계가 형성될 여지도 커진다. 개별 업체보다 이러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행정구조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주민과 행정의 역할을 분명하게 나누는 것이 불필요한 비용과 이해관계의 고착을 막는 출발점이다.

■ 행정은 제도의 적용대상부터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지금 점검해야 할 것은 어느 제도의 동의율이 더 높고 낮으냐가 아니다. 입안요청과 입안제안이라는 서로 다른 제도를 행정이 각각의 취지와 적용대상에 맞게 운영하고 있는가가 먼저다.

입안요청의 대상이라면 그 취지와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입안제안이 가능한 경우라면 그 법적 근거와 적용대상을 명확하게 한 뒤 해당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 서로 다른 두 제도를 사실상 대체 가능한 절차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정해진 동의율과 절차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왜 입안요청과 입안제안을 별도의 제도로 두었는지, 각각 어떤 경우를 예정하고 있는지, 주민의 요청과 제안이 행정의 정비계획 입안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이른바 ‘구청장 직접 입안’과 별도의 주민동의 문제도 제대로 다시 볼 수 있다.

입안요청과 입안제안은 같은 제도를 동의율로 나눈 것이 아니다. 둘은 적용대상과 역할이 다른 제도이며, 어느 것도 정비계획 입안 그 자체는 아니다. 행정은 먼저 어떤 제도가 적용되는지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요건과 절차를 적용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 입안제도를 바로 세우는 출발점은 요청과 제안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데 있다.

출처 인천in 칼럼 · 2026-08-20
필자 김철환 / 더원(TOA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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