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원 - TOAA
정비사업 구조 상담

행정을 정치의 언어로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공공공사의 공정 관리와 공사기간 변경 판단이 서로 다른 단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설명하고, 행정적 판단은 엄정하게 평가하되 사실관계와 의사결정 구조를 확인하기 전에 정치적 언어로 개인의 책임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제시한 칼럼.

더원
더원 Jul 26, 2026

행정을 정치의 언어로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에서야 함께 근무했던 분의 부고를 접했다. 내가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던 곳에서 함께 일했던 분이기에, 뒤늦게 전해 들은 소식에 마음이 아팠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유는 알 수 없으며,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덧붙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다만 소식을 접한 뒤 관련 기사들을 다시 읽으면서, 기사에서 다루는 내용과 내가 공직에 있을 당시 경험했던 현장의 모습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간극은 행정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였다. 내가 근무하던 당시에도 업무의 중심은 공정 관리였다. 현재 공정이 계획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고, 지연이 발생하면 이를 어떻게 만회할 것인지 검토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공정 지연과 공사기간 변경은 같은 판단이 아니다

이는 특정 사업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공공이 시행하는 대부분의 대규모 공사에서 공정 관리는 계획과 실제의 차이를 확인하고, 발생한 지연을 만회하며, 계획된 기간 안에 준공이 가능한지를 지속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현장에서 가장 큰 관심은 공정이 늦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지연을 계획된 기간 안에서 회복할 수 있는지 여부다. 공정이 일부 지연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공식적인 공사기간 연장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기술적·행정적 대안을 검토한 뒤에도 계획된 기간 안의 준공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공사기간 변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공정 지연을 관리하는 현장 업무와 공식적으로 공사기간 변경 여부를 결정하는 행정적 판단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그 성격과 판단 시점은 다르다. 현장에서는 지연의 만회 가능성을 먼저 검토하고, 그럼에도 계획된 기간 안의 준공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공사기간 변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책임을 면제하는 일이 아니다

물론 행정적 판단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비판받아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감사와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면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관계와 행정의 작동 방식이 충분히 검토되기도 전에 정치적 프레임을 먼저 씌우고, 개인의 의도와 책임을 단정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성과는 조직에 남고 책임은 개인에게 집중된다

공직사회에는 “공은 없고 책임만 남는다”는 말이 있다. 사업이 잘되면 조직의 성과가 되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 과정에 참여했던 개인의 이름이 먼저 거론된다. 행정적 판단은 조직과 제도, 보고 체계와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책임을 물을 때는 그 구조가 사라지고 개인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

행정적 판단은 엄정하게 평가하되, 행정을 정치의 언어로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출처 인천in 칼럼 · 2026-07-26
필자 김철환 / 더원(TOAA) 대표
원문 보기 →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