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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구조 상담

공공의 포퓰리즘 쇼를 경계해야 한다

유튜브 생중계와 실시간 댓글, 즉석 투표로 진행되는 공론화가 숙의를 잃고 찬반 숫자로 정책의 정당성을 포장하는 절차로 변질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국민에게 의견을 묻는 것과 정책 결정의 책임을 넘기는 것은 다르고 그 책임은 끝까지 행정에 있음을 짚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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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원 Jul 18, 2026

정부의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연합뉴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다양한 형태의 공론화 절차를 도입하고 있다. 유튜브 생중계와 온라인 토론회, 실시간 댓글과 즉석 투표는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이러한 공론화가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있는가. 아니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정책 결정의 책임 구조를 바꾸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단순히 많은 사람이 의견을 말하는 제도가 아니다.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행정과 정치가 스스로 판단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제도다. 결국 정책 결정의 책임은 언제나 행정에 있다.

공론화는 정책을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공론화는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다. 따라서 공론화는 정책 결정을 대신할 수 없으며, 행정의 책임을 대신할 수도 없다.

특히 부동산과 세제, 도시정책과 같은 복잡한 정책은 단순한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법률과 경제 구조, 시장의 반응과 장기적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고도의 행정 판단 영역이다. 이러한 정책은 충분한 정보 제공과 토론, 이해관계의 조정과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의 공론화는 지나치게 가벼워지고 있다. 실시간 댓글의 분위기와 온라인 투표 결과, 찬반 비율이라는 숫자가 정책 논의를 대신하고 있다. 정책의 본질을 설명하는 과정은 사라지고, 숫자를 확인하는 과정만 남고 있다.

숙의를 잃은 공론화는 숫자 경쟁으로 변질된다

복잡한 정책 문제를 '찬성이 몇 퍼센트인가', '댓글의 분위기가 어떤가'라는 수준으로 환원시키는 순간 공론화는 숙의를 잃는다. 행정은 정책을 설명하고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할 주체임에도 국민의 숫자를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

이러한 공론화는 민주주의의 확장이 아니라 포퓰리즘 쇼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는 가장 많은 사람이 버튼을 눌렀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숙의 민주주의의 핵심은 충분한 정보와 토론, 그리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에 있다. 국민은 정책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정책의 부작용과 실패에 대한 책임까지 위임받은 것은 아니다.

정책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책임은 끝까지 행정이 져야 한다.

공론화는 정책을 정당화하는 연출이 될 수 있다

지금의 공론화는 일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책의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고, 공론화는 정책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된다. 이후 찬반의 숫자를 확보하고 이를 국민이 결정한 것처럼 포장한다. 정책은 그대로 추진되고,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결국 공론화는 정책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연출에 불과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구조가 행정의 책임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의 성공은 정부의 성과가 되고, 정책의 실패는 국민의 선택으로 설명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행정이 국민과 함께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방식은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의 책임을 분산시키는 포퓰리즘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공론화의 형식이 아니라 구조가 문제다

필자는 앞선 칼럼에서 '공동주택 동간거리 완화' 문제와 관련하여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명목으로 특정 이해관계자와 일부 주민만이 참여하는 공청회가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특정한 정책적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을 참여시켜 의견을 듣고 이를 시민의 의견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공론화라고 보기 어렵다. 이는 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정책 추진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공론화가 위험한 이유는 유튜브 댓글이나 온라인 즉석 투표라는 형식 때문이 아니다. 특정 집단만을 참여시키는 설명회와 공청회, 일방적인 전문가 토론회 역시 얼마든지 공공의 포퓰리즘 쇼가 될 수 있다. 문제는 형식이 아니라 이미 결론이 정해진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중앙정부의 방식은 지방행정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방식이 중앙정부의 일회성 소통 장면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가 실시간 댓글과 즉석 투표를 국민 의견 수렴의 새로운 방식으로 제시하면, 지방정부 역시 이를 시민 참여와 공론화의 모범 사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도시계획과 개발사업, 공공시설의 입지, 각종 부담 기준과 지역 현안까지 충분한 검토와 이해관계 조정보다 온라인 찬반 숫자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 지방행정은 주민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만큼 순간적인 여론과 다수의 숫자를 정책 결정의 근거로 삼을 경우 갈등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고착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의 공론화 방식은 지방정부에 하나의 행정적 선례가 된다. 잘못 설계된 참여 방식이 반복되면 공론화는 숙의의 제도가 아니라 정책의 명분을 쌓는 표준 절차로 굳어질 수 있다. 지금 이 방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의 세제 정책 때문이 아니라, 책임 없는 의사결정 구조가 중앙에서 지방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에게 책임을 넘기는 제도가 아니다

공론화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절차다. 그러나 숙의 없는 공론화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정책 결정의 책임을 국민에게 분산시키기 위한 명분 쌓기이며, 숫자로 정당성을 포장하는 포퓰리즘 쇼에 불과하다.

행정은 국민에게 책임을 묻는 조직이 아니다.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스스로 판단하며, 그 결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는 조직이다.

국가의 정책은 댓글창에서 결정될 수 없다. 국민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정책 결정의 책임은 결코 국민에게 위임될 수 없다. 국민에게 의견을 묻는 것과 국민에게 정책 결정의 책임을 넘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숫자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 앞에서 끝까지 책임지는 행정을 통해 완성된다.

출처 인천in 칼럼 · 2026-07-18
필자 김철환 / 더원(TOA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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