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재개발·재건축, ‘사전컨설팅’이라는 관문을 없애야 한다
인천 재개발·재건축 정비계획 입안제안 전에 운영되는 사전컨설팅이 별도 관문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짚고, 관계부서 협의와 전문가 자문을 주민의 신청서 보완이 아니라 실제 정비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과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설명한다.
인천에서 주민이 재개발·재건축 정비계획의 입안제안 신청을 하려면 먼저 ‘사전컨설팅’을 거쳐야 한다. 법령에서 정한 구비서류와 별개로 관계부서 검토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그 의견을 반영한 뒤 입안제안 신청을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는 데 있지 않다. 입안제안 신청에 앞서 별도의 사전컨설팅이라는 관문을 두고 있다는 데 있다.
정비계획도 세우기 전에 세부계획부터 요구하고 있다
정비계획은 주민이 만들어 제출하고 행정이 이를 허가하거나 승인하는 계획이 아니다. 정비계획 자체가 행정이 수립하는 계획이다.
주민이 입안제안을 하더라도 정비계획을 입안하는 권한과 책임은 행정에 있다. 구청장이 정비계획을 입안하고 인천시장이 이를 결정한다.
정비계획은 주민의 입안제안이 있어야만 수립할 수 있는 계획도 아니다. 정비사업이 필요한 지역이라면 행정이 스스로 정비계획을 입안할 수 있다.
정비계획은 정비구역의 범위와 토지이용, 정비기반시설, 건축물의 밀도와 높이 등 해당 지역을 어떤 방향으로 정비할지 기본적인 틀을 정하는 계획이다. 기본계획이 정해진 뒤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세부계획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현재 사전컨설팅에서는 입안제안 신청에 필요한 범위를 넘어 정비계획 수립 이후 구체화할 사항까지 세부자료로 요구하고 전문가 자문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정비계획의 기본방향조차 행정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는데 그 이후 단계에서 정해질 사항을 먼저 구체화하는 구조다.
사전컨설팅은 왜 ‘관문’이 되는가
사전컨설팅 과정에는 상당한 행정력이 투입되고 주민도 시간과 비용을 부담한다.
그러나 관계부서 검토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자료를 보완하더라도 그 결과 자체가 정비계획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전컨설팅을 마쳐야 비로소 주민이 입안제안 신청을 할 수 있다.
결국 현재 구조에서는 사전컨설팅이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법정 절차라기보다 입안제안 신청에 들어가기 전에 통과해야 하는 별도의 단계로 작동한다.
전문가 의견보다 먼저 보여야 할 것은 인천시의 정비방향이다
전문가 자문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필요한 전문가 의견은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는 자문하는 사람이지 정비계획을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인천시는 주택공급과 도시공간구조, 교통,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 생활권과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개별 주민제안 지역만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천 전체의 도시구조 속에서 해당 지역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을 토대로 구청장이 정비계획을 입안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입안된 정비계획을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따라서 관계부서 협의와 전문가 자문도 주민의 입안제안 신청을 완성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행정이 실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판단하는 데 필요한 지원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주민의 제안권과 행정의 계획수립권은 구분해야 한다
주민은 정비계획의 입안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주민에게 제안권이 있다는 것과 행정이 정비계획을 수립할 책임이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비계획 수립에 필요한 검토라면 실제 정비계획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비계획 이후 구체화할 사항이라면 그 단계에서 검토하면 된다.
이렇게 구조를 구분하면 행정력도 주민의 신청내용을 반복적으로 보완하는 데 먼저 쓰는 대신, 실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도시 전체의 관점에서 방향을 판단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주민은 정비계획의 입안을 제안하고, 행정은 그 제안을 토대로 정비계획을 판단하고 수립한다.
이것이 주민의 제안권과 행정의 계획수립권을 구분하는 기본 구조다.
사전컨설팅을 유지한다면 역할을 바꿔야 한다
현재와 같이 주민이 입안제안 신청을 하기 전에 별도의 관문을 두고 관계부서 검토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신청내용을 보완하도록 하는 사전컨설팅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전컨설팅을 계속 운영한다면 그 시간과 행정력을 주민의 입안제안 신청을 완성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단계에서 실제 정비계획을 검토하고 수립하는 데 사용하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관계부서 협의는 토지이용과 기반시설, 교통, 주택공급 등 실제 정비계획을 조정하기 위한 협의가 되고, 전문가 자문은 주민에게 수정사항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판단자료가 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하면 행정력의 양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행정력의 쓰임을 바꾸는 문제가 된다.
전문가는 의견을 제시하고, 구청장은 정비계획을 입안하며, 인천시장은 인천 전체의 관점에서 이를 판단하고 결정한다. 각 주체의 역할을 이 구조에 맞게 정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핵심 정리
사전컨설팅의 핵심 쟁점은 단순히 기간이 길다는 데 있지 않다. 주민의 입안제안 신청 전에 별도의 관문을 두고, 실제 정비계획 수립에 사용할 행정력과 전문가 검토를 주민의 신청서 보완에 먼저 사용하는 구조에 있다.
사전컨설팅을 없애거나, 계속 유지한다면 주민의 신청을 위한 사전절차가 아니라 실제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으로 역할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출처 인천in 칼럼 · 2026-09-20
필자 김철환 / 도시연구소 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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