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부터 ‘악성 민원인’이 되었을까
오랜 공직 경험을 가진 필자가 공직을 떠난 뒤 행정에 질문하는 사람이 되면서 느낀 거리와 서운함을 담담하게 돌아본다.
언젠가부터 나는 행정에 묻는 사람이 됐다.
법령을 보다가 행정의 적용이 맞는지 궁금하면 물었고, 제도의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국민제안을 하기도 했다.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답변이 질문의 취지와 다르면 다시 묻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칼럼도 썼다. 행정의 판단에 의문이 들거나 제도의 운영 방식에 다른 생각이 있으면 법과 제도를 살펴보고 내 생각을 글로 정리했다.
그러다 얼마 전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제기하는 민원과 정보공개청구뿐 아니라 신문에 쓰는 칼럼까지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오랜 세월 공직에 있었다. 민원을 받고 답하는 일은 공직생활 동안 늘 마주해야 했던 일이었다.
수많은 민원인을 만났다. 때로는 폭언과 위협적인 행동을 감당해야 했고,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찾아오는 집단민원도 있었다. 같은 요구가 계속 이어져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울 때도 있었다.
그래서 민원 하나가 행정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자료를 찾아야 하고, 법적 근거를 물으면 관련 법령을 검토해야 한다. 답변 하나를 만들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공직을 떠나고 나니 서 있는 자리가 달라졌다. 이제는 행정에 묻고 때로는 글을 쓰는 쪽에 서게 됐다.
오랜 세월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애착은 지금도 남다르다. 공직을 떠난 뒤에도 그곳의 어려운 사정을 들으면 마음이 쓰이고, 부당한 비난을 받는 모습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내가 해 온 질문과 글이 그곳에서는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이야기가 더 서운하게 들렸다. 나는 행정의 근거가 궁금해서 물었고, 제도의 운영에 생각이 다르면 그것을 글로 썼다.
물론 내 판단이 언제나 옳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법령을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고, 행정에는 내가 알지 못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근거와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