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동간거리 완화, 왜 특정 사업만을 위한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인천시의회가 역세권 정비사업에 한해 공동주택 동간거리 기준을 0.8배에서 0.5배로 완화하는 건축조례 개정안을 가결한 것을 두고, 특별건축구역 검증 체계와 연구용역을 앞두고 기준부터 변경하는 정책 결정 절차의 문제와 조례·법체계 정합성을 짚은 칼럼.
여러 차례 보류되었던 건축조례가 결국 원안 가결되었다
최근 인천광역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제310회 정례회 제2차 회의에서 여러 차례 보류되었던 건축조례 개정안을 원안 가결하였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역세권 정비사업에 한하여 공동주택 동간거리 기준을 현행 건축물 높이의 0.8배에서 0.5배로 완화하는 것이다.
동간거리는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의 최소 이격거리를 의미한다. 이 기준은 공동주택의 일조, 채광, 통풍, 개방감, 사생활 보호 등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되는 대표적인 주거환경 기준이다.
개정안을 찬성하는 측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사업성 개선을 이유로 들고 있다.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증가로 정비사업 추진이 어려워진 만큼 일정 부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사업성 자체가 아니다. 동간거리 기준이 과연 특정 사업의 사업성 확보를 위해 완화될 수 있는 기준인가 하는 점이다.
사업성 논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이번 조례 개정의 배경에는 사업성 확보 논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동간거리 완화 필요성을 사업성 문제로만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역세권 정비사업이 현행 동간거리 기준 때문에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도 일반 공동주택과 동일한 동간거리 기준을 적용하면서 해당 지역에 허용된 용적률 범위 내에서 사업 추진은 가능하다.
문제는 역세권에 부여되는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다. 역세권 정비사업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도시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일반 지역보다 높은 용적률 혜택을 부여받는다. 이는 역세권이라는 입지 특성을 고려한 정책적 인센티브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원칙적으로는 그 용적률 범위 안에서도 다른 공동주택과 동일한 주거환경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 그런데 추가로 부여된 용적률까지 최대한 활용하기 어려워지자 동간거리 완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업 추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추가 인센티브 활용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공동주택의 동간거리 기준은 특정 지역의 용적률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다. 시민의 일조, 채광, 통풍, 개방감과 사생활 보호를 위한 주거환경 기준이다. 더욱이 현행 제도는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통해 이러한 기준의 완화를 허용하고 있다. 즉 완화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도시경관, 공공성, 주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한 뒤 예외를 인정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다른 공동주택과 동일한 기준 아래 특별건축구역 등의 절차를 통해 검토하면 된다. 사업성을 이유로 한다면 오히려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지 못하는 일반 지역의 정비사업이 더 열악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특정 지역의 특정 사업에 대해서만 조례로 일괄 완화를 허용하는 것은 주거환경 기준의 운영 원칙 측면에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기준이 과도하다면 도시 전체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만약 현행 동간거리 기준이 과도하여 현실과 맞지 않다면 그 문제는 역세권 정비사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지역의 동간거리 기준을 일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동간거리 기준은 공동주택 주거환경을 위한 기본 기준이며, 그 적정성은 도시 전체 차원에서 객관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기준 완화가 필요한지,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하는지, 또는 오히려 주거환경 강화를 위해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반대로 현행 기준이 여전히 필요하다면 특정 사업에 대해서만 별도의 완화를 적용하는 것은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왜 역세권 정비사업에 한하여 별도의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가. 왜 동일한 공동주택임에도 특정 사업에 대해서만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가. 도시의 기본 기준은 특정 사업의 사업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시민의 주거환경을 위해 존재하는 원칙이어야 한다.
특별건축구역이라는 검증 체계를 왜 우회하는가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현재 제도 안에서도 동간거리 완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행 건축법 체계는 동간거리 완화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통해 창의적인 건축계획과 도시경관 개선, 공공성 확보 등이 인정되는 경우 개별 사업별 검토를 거쳍 건축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현행 제도 역시 필요하다면 동간거리 완화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만 그 전제는 사업별 검증이다.
주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일조와 채광, 통풍, 개방감 등에 대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완화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다. 결국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완화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 완화가 가능한지를 검증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제도는 '완화 금지'가 아니라 '검증된 완화'를 허용하는 구조다.
그런데 이번 조례 개정은 이러한 사업별 검증 절차와 별개로 역세권 정비사업에 한하여 일률적인 기준 완화를 허용하려는 것이다. 완화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완화에 대한 검증이다. 이미 완화가 가능한 제도가 존재한다면 왜 기존 검증 체계로는 부족한지에 대한 설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기존 특별건축구역 제도의 취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이번 논의는 동간거리 완화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주택 주거환경 기준을 검증 없이 특정 사업군에만 예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객관적 검증 없이 결론부터 바꾸는 행정의 모순
동간거리 완화에 따른 영향은 단순히 사업성 증가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일조, 채광, 통풍, 사생활 보호 등 주거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정량적 시뮬레이션과 전문가 검토를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 더욱이 인천시는 이미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는 여러 차례 보류되었던 논의를 포함하여 타 지자체 운영 사례를 검토하고, 사업성 영향과 주거환경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절차였다. 다시 말해 집행부 스스로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책 결정의 순서는 연구용역 수행, 영향 분석, 기준 적정성 검토, 정책 결정의 순서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논의는 연구용역 결과가 도출되기 전에 조례 개정이 먼저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검토 절차의 선후가 뒤바뀌 것으로 비철 수 있다. 그렇다면 정책 결정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뒤 이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여러 차례 보류되었던 사안을 왜 다시 서둘러 가결했는가
이번 안건은 처음 제기된 사안이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논의 과정에서 숙의와 추가 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며 보류되었던 사안이다. 보류에는 이유가 있다. 동간거리 완화가 단순한 규제 완화 문제가 아니라 주거환경과 사업성, 정책 형평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추가 검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인천시는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며 객관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었다. 상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도 연구용역 결과를 먼저 확인한 뒤 종합적으로 검토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제310회 정례회 제2차 건설교통위원회는 결국 여러 차례 보류되었던 건축조례 개정안을 원안 가결하였다. 표결 결과는 3대 3 동수였다. 그만큼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던 사안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위원장의 결정으로 원안이 가결되었다. 법적으로는 가능한 절차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보류되었던 사안이고 연구용역까지 진행 중이었다면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몇 개월 뒤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객관적 자료를 확인한 후 결정한다고 해서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도시의 기본 기준을 변경하는 사안일수록 충분한 검증과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는 집행부가 설명해야 할 차례다
동간거리 완화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사업성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의 동간거리 기준은 특정 지역의 추가 용적률 활용을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다. 도시의 주거환경을 지키기 위한 기본 기준이다. 이미 특별건축구역이라는 검증 체계가 존재하고, 연구용역을 통한 객관적 검토도 진행 중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조례 개정이 아니라 현행 기준이 왜 부족한지, 왜 기존 검증 체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지를 먼저 설명하는 일이다.
의회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이제는 집행부가 답해야 한다. 왜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리지 않았는가. 왜 특별건축구역이라는 기존 검증 체계로는 부족한가. 왜 역세권 정비사업에 한하여 공동주택 동간거리 기준을 일괄 완화해야 하는가. 왜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활용하기 위한 문제를 주거환경 기준 완화로 해결하려 하는가.
이번 논란의 핵심은 동간거리 완화 찬반이 아니다. 연구용역 결과를 통해 기준의 적정성을 검증하겠다고 하면서도,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기준부터 변경하려는 정책 결정 구조의 문제다. 기준은 검증 이후에 변경되어야 한다. 검증 이전에 결론부터 정해진다면 연구용역의 존재 이유 역시 설명하기 어렵다.
의회의 의결이 정책의 정당성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집행부 역시 이번 조례 개정이 연구용역의 취지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주거환경 영향은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기존 제도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를 스스로 다시 검토하고 시민에게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조례 체계의 정합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건축조례상 공동주택 동간거리 기준은 특정 사업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 공동주택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적 주거환경 기준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역세권 정비사업에 한하여 별도의 동간거리 기준을 적용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만약 특정 사업에 대한 완화 특례가 필요하다면 그 특례를 인정하는 상위 법령 체계와 위임 구조가 무엇인지, 그리고 해당 특례를 건축조례에서 규정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법체계의 정합성과 조례 운영 원칙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책의 정당성은 의결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검토와 설명, 그리고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함께할 때 비로소 정책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책의 신뢰는 예외를 늘리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는 데서 나온다. 동간거리 완화 역시 특정 사업을 위한 특례가 아니라 주거환경이라는 본래 목적과 검증 체계 안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도시의 기준은 사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업 역시 도시의 기준 안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그것이 도시정책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인천in 칼럼 · 2026-06-17
필자 김철환 / 더원(TOA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