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원 - TOAA
정비사업 구조 상담

설명 없는 행정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행정의 판단은 친분이나 관행이 아니라 기준과 근거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말로 설명되지 않는 행정은 정당성을 갖기 어렵고, 신뢰로 이어지지 않는다.그래서 행정은 대화보다 기록으로, 요청보다 근거로 작동해야 한다.

더원
더원 Jan 30, 2026
 

나는 30년 넘게 공무원으로 일했다.

퇴직은 했지만, 행정을 대하는 기준은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다.

지금도 친분을 이용해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고, 하지도 않는다.

내 기준으로 보면, 행정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퇴직하고 행정을 마주해 보니,

대화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말로 하는 행정의 한계

 

전화나 대면 대화로 문의를 하면,

논리보다는 방어가 먼저 나온다.

근거보다는 “그동안 그렇게 해왔다”거나 “위에서 그렇게 하라고 한다”는 말이 반복된다.

질문은 단순해지는데,

답변은 오히려 모호하고 근거가 부족하다.

왜 그런 판단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설명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설명이 빠진 행정은 납득되기 어렵다

 

하지만 행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새로운 제도나 업무를 도입한다면

그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제도적 필요성,

타 지역과의 여건 차이, 적용 과정에서의 문제점까지

차분하게 검토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이다.

그런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행정은,

공직에 오래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서면으로 묻는다

 

나는 요즘 가능하면 서면으로만 문의한다.

대화로 하면 논리가 흩어지고,

기록이 남지 않으며,

책임도 흐려진다.

반면 서면 질의는 다르다.

답변을 하려면 관련 법령을 찾아야 하고,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하며,

그 판단의 근거를 문장으로 남겨야 한다.

그 과정 자체가

행정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상대를 압박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행정이 스스로의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선무당보다 더 위험한 것

 

나는 선무당을 싫어한다.

사람은 누구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더더욱 여러 의견을 듣고,

타당한 것은 반영할 줄 아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만 알고 단정하거나,

다른 의견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태도는

행정을 더 경직되게 만들 뿐이다.

 

부탁하지 않기 위해 더 멀어지는 거리

 

시청이나 구청을 찾으면

어디선가 미묘한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다.

‘무언가 부탁하러 온 건 아닐까’

‘브로커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나는 그런 시선이 싫다.

그래서 더더욱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피하게 된다.

나는 사정이 싫고,

부탁이 싫다.

행정은 호의가 아니라 기준과 논리로 작동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여전히 공무원처럼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퇴직했지만,

행정을 대하는 내 태도는 여전히 공무원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말보다 문서가 중요하고,

의도보다 근거가 중요하며,

관계보다 제도가 우선이라는 생각.

어쩌면 그래서 더 답답해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이 방식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행정은 결국 기록으로 남고,

기록은 언젠가 기준이 된다.

나는 그 기준을 믿는다.

 

이 글은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행정은 ‘호의’가 아니라 ‘논리’로 작동해야 한다)

 
 

더 나은 도시, 더 나은 선택, 그리고 더원.

 

추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