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 정책 리더십의 시험대 — '인천의 미래와 시장 리더십' 심포지엄을 다녀와서
인천학회·인하대 심포지엄 '인천의 미래와 시장 리더십'을 계기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이 단순 재건축이 아닌 도시 리빌딩이자 인천 정책 리더십의 실질적 시험대임을 논한 칼럼.
■ 차이나타운에서 던진 화두
지난 4월 16일 오후, 인천 차이나타운 백년이음을 찾았다.
인천학회와 인하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인천의 미래와 시장 리더십' 심포지엄이었다.
위인환 박사(감성도시디자인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김경배 인천학회 회장이 개회사에서 인천 도시 발전의 현재와 과제를 짚었다.
주제 발표는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가 맡아 인천의 미래 비전과 행정 리더십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이어 장동민 전 청운대 건축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을 이끌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김재영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 송정로 인천in 대표, 김형수 더팩트 인천본부 선임기자, 박인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공동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학계·언론·시민사회가 한 자리에 모인 드문 자리였다.
심포지엄의 출발점은 하나의 문장이었다.
"인천은 공항과 항만을 기반으로 한 국제도시로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는 도시 브랜드와 정책 리더십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인천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그것을 이끌 리더십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날의 논의는 이 두 질문을 중심으로 흘렀다.
심포지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서 그 문장이 계속 맴돌았다.
도시 브랜드, 정책 리더십.
이 말들이 가리키는 실체는 무엇인가.
인천에서 그것이 실제로 작동해야 할 현장은 어디인가.
나는 그 답이 지금 인천 곳곳에서 본격화되고 있는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 도시 경쟁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그날 심포지엄에서 공유된 인식은 분명했다.
인천이 공항과 항만으로 성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인프라는 이제 경쟁력의 출발점이 됐을 뿐, 그 자체가 우위를 보장하지 않는다.
나는 이 진단에 동의한다.
도시 경쟁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지금의 기준은 도시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 즉 정책의 질이다.
멋진 비전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도시 문제 앞에서 공공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도시의 수준을 결정한다.
정책 리더십이란 바로 그것이다.
■ 그 리더십이 검증될 현장은 여기다
심포지엄은 인천의 미래와 리더십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리더십은 담론 안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증명된다.
나는 그 현장이 바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이라고 본다.
연수·선학, 구월, 계산, 갈산·부평·부개, 만수.
인천의 1980~90년대 택지지구들이다.
조성된 지 30년이 넘었다.
주거 환경은 노후화됐고, 생활 SOC는 현재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주차난, 누수, 기반시설 노후화.
주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이미 임계점에 다가와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인천 정책 리더십의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 노후계획도시는 재건축이 아니라 도시 리빌딩이다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노후계획도시는 단순한 재건축이 아니다.
낡은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세우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30년 전 설계된 도시 구조 전체—교통망, 기반시설, 생활SOC, 공공공간의 배치—를 지금의 도시 조건에 맞게 다시 짜는 작업이다.
인구 변화, 에너지 전환, 기후 적응,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조건도 반영해야 한다.
개별 단지 재건축 몇 건을 묶어놓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도시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그 설계가 핵심이다.
그래서 이것은 도시 리빌딩이다.
■ 도시 브랜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심포지엄에서 도시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나는 이 점을 생각했다.
도시 브랜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슬로건을 만들고 홍보물을 제작한다고 도시 브랜드가 생기지 않는다.
주민, 토지주, 시공사, 지자체, 중앙정부가 뒤엉키는 정비사업 현장에서 공공이 원칙을 지키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약속한 것을 실행하는 모습.
그 과정이 반복되고 쌓일 때 도시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그것이 진짜 도시 브랜드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은 인천이 그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현장이다.
■ 이 사업의 성패는 공공에 달려 있다
이 사업의 성패는 공공에 달려 있다.
민간은 수익이 보장되는 곳에 움직인다.
정비사업의 복잡한 구조, 오랜 기간, 주민 갈등, 기반시설 부담은 민간이 자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공공이 역할을 포기하면 사업은 표류하거나, 수익성 높은 구역에만 집중되어 도시 전체의 균형이 무너진다.
공공의 역할은 세 가지다.
첫째, 구조 설계자.
개별 단지가 아닌 도시 전체의 정비 방향을 먼저 그려야 한다.
둘째, 이해관계 조정자.
충돌하는 요구를 원칙에 따라 중재하고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셋째, 정책 실행 책임자.
설계와 조정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집행까지 책임지는 주체가 돼야 한다.
이 세 역할 중 하나라도 공공이 놓치는 순간, 사업은 방치된다.
■ 심포지엄의 화두에 내가 내놓는 답
차이나타운 골목을 나서며 다시 그 문장을 떠올렸다.
도시 브랜드와 정책 리더십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리더십은 어디서 만들어지는가.
내 생각은 분명하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이다.
인천이 다음 30년을 어떤 도시로 살아갈 것인가는 이 사업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선언이 아니라 현장에서, 비전이 아니라 과정에서, 인천의 정책 리더십이 증명돼야 한다.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사업이 아니다.
인천 도시 정책 리더십의 시험대다.
그 시험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