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도 못 하게 막는 사전컨설팅, 인천 정비사업의 구조적 문제
인천시는 도정법상 토지 소유자의 입안제안 권리 행사 전에 사전타당성 검토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이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사전컨설팅에서 실시설계 수준의 자료를 요구하면서 초기 용역비와 사업 기간이 불필요하게 증가한다. 사전 단계의 검토가 본 절차에서 활용되지 않고 동일한 검토가 반복되어, 부담이 고스란히 사업 추진 주민에게 전가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오래 해온 사람이라면 '사전타당성 검토'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절차가 언제부터인가 단순한 사전 협의를 넘어, 사업 자체를 가로막는 관문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에서 정비사업 컨설팅을 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장면이 있다. 토지 소유자들이 입안 제안을 하려고 구청에 문의하면 돌아오는 답이 정해져 있다. "먼저 사전타당성 검토를 통과해야 제안서를 접수할 수 있습니다."
법에 보장된 권리인데, 행정이 그 앞에 별도의 문을 하나 더 세워둔 것이다.
■ 법이 정한 구조와 현실의 괴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명확하다. 토지 등 소유자가 정비계획 입안을 제안하면, 행정이 이를 받아 검토·판단한다. 순서는 '제안 → 검토'다.
그런데 인천의 실제 운영 순서는 반대다. '사전 검토 → 승인 → 제안 접수'. 제안 자체가 권리인데, 그 권리 행사 전에 별도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다.
법적으로 따져보면 이는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다. 행정이 법령에 부여된 권리에 추가 요건을 붙이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천의 사전타당성 검토 의무화는 도정법이 아니라 정비기본계획을 근거로 한다. 상위법이 부여한 권리를 하위 기준으로 제한하는 구조다.
현장에서 이를 두고 명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행정과 관계가 틀어지면 이후 절차 전반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 침묵이 이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
■ 설계 수준을 요구하는 '계획' 단계
사전컨설팅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들여다보면 문제는 더 선명해진다.
비상차량 동선, 소방활동 공간, 지하주차장 침수방지 계획, 스카이라인 시뮬레이션, 통경축, 입면 디자인. 이것들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의 검토 항목이 아니다. 건축계획이나 실시설계 단계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이다.
배치도와 조감도, 교통처리계획, 경관 시뮬레이션 자료를 사전 단계에서 요구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기본설계 수준의 작업을 입안 제안 전에 먼저 수행하라는 뜻이다.
이 단계에서 소요되는 용역비가 적지 않다. 구역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비용은 사전컨설팅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지출된다. 탈락하면 그대로 매몰 비용이 된다.
■ 같은 검토를 두 번 하는 구조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기에 있다.
사전컨설팅에서 수행한 검토는 이후 절차에서 활용되지 않는다. 입안 제안이 접수되면 동일한 내용이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다시 처음부터 반복된다. 사전 단계가 본 절차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본 절차를 한 번 더 앞에 붙여놓은 구조다.
이 이중 구조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세 가지다.
첫째, 전체 사업 기간이 늘어난다. 사전 단계만으로 통상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된다.
둘째, 초기 비용이 증가한다. 사전컨설팅용 자료 작성 용역이 별도로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추진위나 조합의 부담이 된다.
셋째, 행정력이 낭비된다.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도 같은 내용을 두 번 검토하는 것은 비효율이다. 그럼에도 이 구조가 유지되는 이유는, 제도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할 경로가 사실상 막혀 있기 때문이다.
■ 컨설턴트로서 현장 대응 방향
이 구조를 마주한 추진 주체라면 몇 가지를 실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나, 사전컨설팅 요구 항목의 법적 근거를 행정청에 서면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구두로 요청하면 관행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서면으로 요청하면 근거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근거가 불명확한 항목은 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둘, 사전컨설팅 결과가 이후 절차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다. 활용되지 않는다면 해당 단계의 검토 범위와 자료 수준을 축소 협의할 여지가 있다.
셋, 반복 검토로 인한 용역비 증가와 기간 지연을 사전에 사업비 계획에 반영하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비용으로 초기 사업 동력이 꺾이는 사례가 적지 않다.
■ 마치며
정비사업 행정에서 사전 검토 절차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방향을 잡고 리스크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절차다. 문제는 그 절차가 법적 근거 없이 권리 행사를 막고, 동일한 검토를 두 번 반복시키며, 그 부담을 사업 추진 주민에게 전가하는 구조로 운영될 때다.
행정은 설명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한다. 왜 같은 검토를 두 번 해야 하는지, 사전 단계에서 설계 수준의 자료가 왜 필요한지, 그 결과가 이후 절차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절차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인천의 정비사업 사전컨설팅 구조는 지금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 참고자료
인천in, 「재개발·재건축 입안제안 사전컨설팅, 반복되는 검토와 설명 없는 행정」, 김철환(더원 대표),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