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동간거리 완화, 의회 의결이 행정의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인천시 공동주택 동간거리 완화 조례를 계기로 의회의 의결 이후에도 인천시가 연구용역, 특별건축구역 제도, 법체계의 정합성 등을 다시 검토하고 시민에게 설명해야 하는 행정의 책임을 분석한다.
새로운 행정은 기존 결정을 다시 검토할 책임이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7월부터 새로운 인천시 행정과 새로운 의회가 출범한다. 새로운 시 행정의 역할은 기존 정책을 단순히 이어받는 것이 아니다. 기존 정책이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시민의 권익과 공익에 부합하는지 다시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한 책무이다.
최근 인천광역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여러 차례 보류되었던 건축조례 개정안을 원안 가결하였다.
이번 조례의 핵심은 역세권 정비사업에 한하여 공동주택 동간거리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례는 심의 과정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고, 결국 가부동수 끝에 위원장의 결정으로 의결되었다.
의회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정책의 검토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인천시가 답해야 할 차례다.
동간거리는 사업성이 아니라 주거환경을 위한 기준이다
이번 논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동간거리 제도의 본래 목적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의 동간거리 기준은 사업성을 조정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다.
공동주택의 일조와 채광, 통풍, 개방감, 사생활 보호 등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확보하기 위한 도시의 기본 기준이다.
즉 특정 사업이나 특정 지역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모든 공동주택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편적인 주거환경 기준이다.
따라서 동간거리 기준을 변경하려면 사업성보다 먼저 주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정책 결정의 기본 원칙이다.
이번 논의는 사업 추진의 문제가 아니라 추가 인센티브 활용의 문제다
이번 조례 개정은 사업성 확보를 이유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역세권 정비사업이 현행 동간거리 기준 때문에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도 해당 지역에 허용된 용적률 범위 내에서는 일반 공동주택과 동일한 동간거리 기준을 적용하면서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문제는 역세권에 부여되는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모두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사업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추가로 부여된 인센티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요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공동주택의 주거환경 기준을 변경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해결 방안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더욱이 사업성을 이유로 한다면 추가 용적률 인센티브조차 받지 못하는 일반 정비사업의 사업 여건은 오히려 더 열악할 수도 있다.
이미 완화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왜 조례를 바꾸는가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현행 법체계가 이미 동간거리 완화를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축법상 특별건축구역 제도는 창의적인 건축계획과 공공성 확보, 도시경관 개선 등을 전제로 사업별 검토를 거쳐 건축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법체계는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통해 주거환경 영향을 검증한 뒤 동간거리 완화를 허용하고 있다. 즉, 완화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완화를 허용하는 구조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기존 검증 체계로는 부족한지, 인천시는 먼저 설명하여야 한다.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정 사업에 대하여 조례로 일괄 완화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더 합리적인 정책인지 시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연구용역은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연구용역이다.
인천시는 이미 동간거리 기준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는 인천시 스스로 현행 기준의 적정성과 주거환경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의미이다.
연구용역은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과정이다. 따라서 정책은 연구 결과를 확인한 뒤 결정되는 것이 행정의 정상적인 절차이다.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고, 기준의 적정성을 검토한 뒤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정책 결정 구조이다.
그런데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조례부터 의결하였다면, 인천시는 연구용역과 이번 조례 개정이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시민들에게 명확히 설명할 책임이 있다.
법체계의 정합성 역시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이번 조례는 정책적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건축조례상 공동주택 동간거리 기준은 공동주택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주거환경 기준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역세권 정비사업에 한하여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특정 사업에 대한 완화 특례가 필요하다면 그 특례를 인정하는 상위 법령의 위임 체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특례를 건축조례에 규정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법률 검토 역시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정책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조례 체계의 정합성과 위임입법의 원칙에 관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인천시가 행정적 판단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의회는 이미 의결을 마쳤다.
그러나 의회의 의결이 정책의 정당성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천시는 정책을 실제 집행하는 주체이다.
따라서 정책의 적법성, 공익성, 정책적 타당성, 시민의 주거환경에 미치는 영향, 법체계와의 정합성을 다시 검토할 책임이 있다.
행정의 책임은 의회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집행하는 데 있지 않다.
충분히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다시 검토하며, 그 판단의 근거를 시민에게 명확히 설명하는 데 있다.
특히 이번 조례처럼 여러 차례 보류되었고, 상임위원회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으며, 인천시 스스로 연구용역까지 추진하고 있었던 사안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새로운 행정은 기존 결정을 답습하는 행정이 아니라 시민 앞에서 정책의 타당성을 스스로 검증하는 행정이어야 한다.
의회의 의결은 정책 결정의 한 과정일 뿐 행정의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제 남은 책임은 인천시에 있다.
인천시는 연구용역의 결과와 기존 제도의 활용 가능성, 법체계의 정합성을 다시 검토하고 그 판단의 근거를 시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정책의 신뢰는 의결이 아니라 객관적인 검증과 충분한 설명을 거쳐 비로소 완성된다.
출처 인천in 칼럼 · 2026-06-22
필자 김철환 / 더원(TOA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