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컨설팅은 왜 본말이 전도되었나
사전컨설팅은 정비계획 입안 이전에 방향성을 점검하기 위한 보조 절차로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정비계획과 건축·교통·경관 심의를 앞당겨 수행하는 단계로 변질되고 있다. 사전 단계임에도 법정 심의 수준의 자료를 요구하고 약 1년간 협의를 반복하면서도, 정식 정비계획 단계에서는 동일한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이중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이로 인해 사전컨설팅은 사업을 돕기보다는 절차를 무겁게 만드는 ‘그림자 심의’로 작동하고 있으며, 역할과 범위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가 필요하다.
사전컨설팅, 본래의 취지는 무엇이었나
인천의 재개발·재건축사업 현장에서 ‘사전컨설팅’이라는 절차는 이제 낯설지 않다. 정비계획을 본격적으로 입안하기 전에 사업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행정·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안내함으로써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이러한 취지에서 사전컨설팅은 사업을 구속하는 절차가 아니라, 초기 판단을 돕는 가볍고 신속한 참고 장치로 설계되어야 했다.
‘사전’이 아닌 ‘선행 심의’로 변질된 현실
그러나 현장에서 작동하는 사전컨설팅의 모습은 이 취지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지금의 사전컨설팅은 ‘사전’이라는 이름과 달리,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정비계획과 건축·교통·경관 심의를 사실상 앞당겨 수행하는 절차로 기능하고 있다. 보조 절차였던 사전컨설팅이 본절차의 역할을 떠안으면서, 배보다 배꼽이 커진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전 단계치고는 지나치게 무거운 요구 자료
사전컨설팅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요구되는 자료 수준이 지나치게 무겁다. 개략적 정비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토지이용계획을 요구하고, 건축계획에서는 배치도·조감도·종횡단면도·비상차량 동선·지하주차계획까지 제출하도록 한다. 여기에 교통처리계획, 스카이라인·통경축 계획, 경관 시뮬레이션까지 포함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건축계획의 상당 부분이 정작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도 요구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사전컨설팅 단계에서 배치도 등 구체적인 건축계획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방향성 점검이나 가능성 검토의 범위를 넘어 정작 법정 심의 단계에서도 요구되지 않는 수준의 자료를 사전컨설팅 단계에서 요구하는 셈이다.
전문가 구성 자체가 심의를 부르는 구조
이러한 수준의 자료를 바탕으로 사전컨설팅이 진행되다 보니, 검토의 성격 또한 자연스럽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전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건축과 소방 분야의 전문가까지 다수 참여하면서, 사업의 정합성과 방향성보다는 계획의 적합성 여부를 세밀하게 따지는 의견이 쏟아진다. 이는 그 분야의 전문가의 판단이 엄격해서라기보다는, 법정 심의 단계에서나 요구되는 수준의 자료가 제출되고 그에 걸맞은 검토 체계가 구성된 이상, 검토가 본격화되는 것은 사실상 예정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1년이 걸리는 ‘사전’ 절차의 아이러니
더 큰 문제는 절차의 시간 구조다. 현재 진행 중인 사례들을 보면, 재개발·재건축사업 사전컨설팅 접수 이후 실제 컨설팅이 이루어지기까지 약 1년이 소요되고 있다. 그 과정은 정비계획 협의 단계와 다르지 않다. 관계부서의 ‘의견 없음’이 나올 때까지 협의를 반복하며, 보완과 재검토가 이어진다. 이는 자문이나 컨설팅의 방식이 아니라, 행정적 합의를 완성하기 위한 협의 절차에 가깝다.
두 번 검토하고 한 번 결정하는 비효율 구조
그럼에도 이 모든 과정은 법정 절차가 아니다. 사전컨설팅에서 아무리 상세한 검토와 조정이 이루어졌더라도, 정식으로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정비계획을 입안하는 단계에 이르면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관계부서 협의를 거치고, 다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즉, 검토는 두 번, 부담은 두 배, 법적 효력은 한 번이라는 가장 비효율적인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셈이다.
사전컨설팅은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이제는 사전컨설팅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부터 다시 따져볼 때다. 방향 제시와 쟁점 정리에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재개발·재건축사업 정비계획 절차와 통합해 일원화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사전컨설팅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돕는 제도가 아니라, 또 하나의 무거운 관문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글은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