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논쟁, 진실게임이 아니라 프레임의 문제다
준주거지역 용적률 500%는 법적으로 배제된 수치가 아니라, 검토 가능한 상한일 뿐이다. 그러나 이를 법적으로 ‘된다/안 된다’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순간, 계획과 전략의 논의는 사라지고 갈등만 남는다. 준주거지역 500% 논쟁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논의를 왜곡하는 프레임의 문제다.
① 논쟁의 출발점: ‘된다/안 된다’로 좁혀진 질문
최근 재건축 현장에서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준주거지역에서 주거비율을 100%로 계획하는 경우에도 법적상한용적률인 500%까지 가능한지를 두고 논쟁이 뜨겁다. “법적으로 500%가 되느냐, 안 되느냐”라는 질문이 마치 진실게임처럼 반복되지만, 이 논쟁은 애초에 잘못된 프레임 위에 서 있다. 지금 벌어지는 싸움은 법 조문의 해석 차이라기보다, 계획의 선택 문제를 법적 가능·불가능의 문제로 단순화한 데서 비롯된 충돌에 가깝다.
② 준주거지역의 기본 구조: 주거비율과 용도용적제
준주거지역에는 일반적으로 주거비율에 따라 용적률을 달리 적용하는 이른바 ‘용도용적제’가 적용된다. 용도용적제란, 전체 연면적 중 주거용도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허용되는 용적률을 단계적으로 차등 적용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주택 등 주거용도의 비율이 80% 이상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용적률인 300%가 적용되고, 주거비율이 점차 낮아질수록 허용 용적률은 상향되어 주거비율이 10% 미만인 경우에는 최대 500%까지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③ 재개발·재건축의 특성: 법이 열어 둔 상한
그럼에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경우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주거비율의 차등 적용과는 별도로 준주거지역의 법적상한용적률인 500%까지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물론 이는 용적률 500%가 자동으로 적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며, 법이 검토 가능한 최대 한계를 열어 두고 있다는 뜻에 가깝다. 이 지점을 분명히 해 두지 않으면 논의는 쉽게 엇나간다.
④ 전략의 문제: 현행 유지인가, 종상향인가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하나 더 있다. 현재 용도지역의 범위 안에서 허용되는 용적률 범위 내에서 계획하는 것과,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여 그 용도지역의 법적상한용적률인 500%까지의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은 어느 쪽이 낫다고 단정하기 이르다는 점이다. 두 선택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지향점이 다른 계획 전략일 뿐이다.
⑤ 서로 다른 장점: 안정성과 변화의 선택
현행 용도지역 안에서의 계획은 기존 도시 구조와의 정합성, 기반시설 부담의 안정성에 무게를 둔다. 반면 준주거지역으로의 종상향은 보다 높은 밀도와 도시 기능의 변화를 지향하는 선택이다.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지는 사업 여건, 입지 특성, 주변 도시 맥락, 행정의 수용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⑥ 프레임의 오류: 전략 논의를 법적 다툼으로 축소할 때
그럼에도 이처럼 복합적인 판단의 문제를 두고, 지금 현장에서는 “준주거지역에 주거비율 100%면 500%가 되느냐, 안 되느냐”라는 단선적인 질문만이 오가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체적인 맥락이 어긋난다. 계획 방향과 밀도 설정의 문제를 법적 가능과 불가능의 문제로 축소하면서, 논의는 전략 검토가 아니라 진영 간 다툼으로 변질된다.
⑦ 용적률의 본질: 법 조문이 아닌 계획의 결과
정비사업에서 용적률은 법 조문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용적률은 기반시설 수용능력, 교통·환경 검토, 공공기여 방식, 인허가권자의 정책 판단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된 계획과 협의의 결과물이다. 법적상한용적률은 그 모든 논의가 움직일 수 있는 최대 범위를 제시할 뿐, 결과를 대신 결정해 주지는 않는다.
⑧ 결론: 숫자가 아닌 프레임의 문제
결국 이 논쟁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다.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그 가능성을 ‘된다/안 된다’의 문제로만 소비하는 순간, 남는 것은 사업이 아니라 싸움뿐이다.
준주거지역 500% 논쟁은 진실게임이 아니라, 프레임의 문제다.
이 글은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준주거지역 용적률 500% 논쟁, 진실게임이 아니라 프레임의 문제다)